[정책의 맥]안부 넘어 기부로…'고향사랑기부제' 다시 설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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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향사랑기부 댓글 0건 조회 17회 작성일 26-06-18 14:38본문
| 출처 : 아시아경제 | https://www.asiae.co.kr/article/2026061716594546981
지난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자치단체장들이 새로운 지방정부의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인수위원회를 구성해서 후보 때 내걸었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수립하다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한계를 절감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면 재원이 필요하지만 자치단체장이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도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가 창의적인 재정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가 있는데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후루사토라 불리는 일본의 고향납세제를 벤치마킹해 도입됐으며 2023년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모금한 금액은 1515억원으로 시행 첫해인 2023년 651억원에 비해 약 130% 증가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도입된 지 3년 만에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잘 정착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산불 피해를 입었던 영덕군은 군 단위에서 가장 많은 37억원을 모금했는데 이 금액은 지난해 영덕군 예산액 9897억원의 0.37%에 불과하다. 89개 인구감소지역 평균 모금액은 7억6000만원으로 고향사랑기부금의 지방재정 확충 효과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알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이 벤치마킹했던 일본의 고향납세제 기부금액은 2024년 회계연도에 1조2727억엔으로 한화로 12조원이 넘어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금의 80배에 달한다. 총무성 홈페이지에는 지방자치단체별 기부금 순위와 모금액이 공개돼 있는데, 상위 20개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모금액이 127억엔에 이른다. 일본의 시정촌 규모와 예산이 우리나라보다 작은 점을 고려하면 고향납세제가 일본 낙후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확충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명칭만 납세이지 실제는 납세자가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제도이다. 일반적인 기부금에 대해서는 일부만 세액공제를 해주지만 고향납세에 대해서는 2000엔을 제외한 기부금 전액에 대해 세액을 공제해준다. 기부자 입장에서는 세액공제액과 답례품을 합하면 경제적 부담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기꺼이 고향납세제를 이용하게 된다. 이 제도를 통해 도시로 전출한 납세자가 자신이 나고 자라면서 교육이나 복지 등에서 혜택을 받았던 고향 지방자치단체에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신세를 갚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는 명칭 그대로 개인이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부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10만원까지는 세액이 전부 공제되고 답례품까지 받기 때문에 사실상 부담이 없다. 그러나 그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는 16.5%만 세액이 공제되기 때문에 기부자의 실제 부담이 커지게 된다. 행정안전부가 밝힌 지난해 기부액 통계를 보면, 기부자의 무려 98.4%가 10만원 이하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감소지역 평균기부금 7억6000만원을 모금하려면 7000명 이상의 기부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일본의 고향납세제가 대도시의 세원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평적 재정조정 장치라면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 제도에 가깝다. 당초 고향세가 지방소득세의 일부를 낙후지역에 이전하자는 취지로 제안됐지만, 제도 도입 과정에서 소득세 세액공제 방식으로 변경됐다. 그 결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재정조정 기능은 크게 약화되고 말았다.
일본의 고향납세제가 지금의 규모로 성장한 것은 적극적인 제도 혁신 덕분이다. 일본 정부는 기업의 기부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기업판 고향납세제와 크라우드펀딩형 고향납세제, 인재파견형 기업판 고향납세제 등을 잇달아 도입하며 참여 기반을 확대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홋카이도 몬베츠시의 유빙 체험이나 시라누카초의 연어알 간장조림과 같은 지역 특색을 살린 답례품으로 기부자를 끌어들였다. 제도 혁신과 지역의 창의적 경쟁이 맞물리면서 기부금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재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에서 나타난 도쿄권·대도시 세수 유출 논란과 답례품 과열 경쟁을 우려한 나머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설계됐다. 세액공제 축소, 답례품 제한, 법인 기부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일본 고향납세제가 경험한 부작용은 줄였지만 납세자의 지방세 선택권 확대와 지역소멸 대응이라는 제도의 핵심 효과마저 약화시키고 말았다.
일본 몬베츠시의 유빙선 체험. 겨울철 유빙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관광상품이자 고향납세제 답례품이다. 몬베츠시는 지역 특성을 살린 답례품으로 고향납세 모금액이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지역으로 꼽힌다. 홋카이도 관광청 제공
당초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고향사랑기부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현 제도에서도 10만원 초과 구간의 공제율과 기부금 상한을 확대하고 기업 참여를 허용하면 고향사랑기부제는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지정기부 사업은 전국 단위 공모전과 방송·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를 통해 국민적 참여를 확대하고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거주자가 자신이 납부할 지방소득세 일부를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선택적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지방소득세는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고향납세제는 과도한 수도권 세수 집중을 완화하는 사실상의 재정분권 장치가 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단순히 고향을 돕는 기부제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도시의 자원을 지방으로 연결하는 재정조정 장치이자, 지역의 특산물과 문화·관광 자원을 전국에 알리는 지역발전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기부가 지역산업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지역의 활력으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 과잉 집중과 지역소멸 위기 앞에서 고향사랑기부제의 재설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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